독자투고-귀농, 새로운 꿈을 꾸다
독자투고-귀농, 새로운 꿈을 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8.15 20:04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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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정/귀농인(하동군 횡천면 남산리
 

박찬정/귀농인(하동군 횡천면 남산리-귀농, 새로운 꿈을 꾸다


‘똑 또르르~~’ ‘똑 또르르~~’

매일 아침 해뜨기 전이면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내 단잠을 깨운 건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새들의 발소리와 알 수 없는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 ‘똑 또르르~~’ 닭들도 강아지도 일어나 울기 전 항상 이 소리가 나의 아침을 깨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땐 시끄러운 알람소리와 집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 경적소리, 급하게 출근하는 옆집 사람들의 문 닫는 소리가 나의 아침을 알리는 소리였는데, 지금은 알람이 없어도 아침 해가 뜨기 전 새들의 지저귐에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을 한다.

이렇게 생활패턴이 바뀌고 몸이 적응한 것이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지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2년 봄 아버지께서 온실 지붕에서 떨어지셨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실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시던 중 균형을 잃고 뛰어내리신 건데, 온실 높이가 4m가 되다 보니 충격이 꽤 크셨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직장에서 도시와 농촌의 상생과 관련된 도·농 협력장터 일을 추진하고 행사를 진행하던 때였다.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버지 연세도 있고 언젠가 우리 4남매 중 누군가는 아버지가 일궈 놓으신 농장을 이어 운영해야 하는데 모두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선뜻 시골로 내려가 농사일을 돕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결혼 1년차로 아내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아내도 결혼 후 직장을 옮긴 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 이런 나의 결심을 듣고 선뜻 시골로 내려가 농사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를 이해해주고 내 뜻을 존중해주며 함께 해주는 아내가 너무나 고마웠다. 우리의 결심이 확고해지자 우리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지금 귀농을 결심하신 분들은 전문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행하는 여러 교육들과 방침들을 알아보고 철저히 귀농을 준비하는데 우리 부부는 부모님 농장 일을 돕는다는 생각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시골로 내려왔다. 부모님이 시골에 계셨고 일을 할 농장도 이미 있었기에 전입신고며 귀농교육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7월에 시골로 내려갔다. 왜 7월에 내려갔나 하면 농장에 작물 철거와 파종이 7월에 시작되는데 이때는 일도 고되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이왕 농사를 돕고 배울 거라면 철거부터 파종을 시작하는 7월에 내려가 한해농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처음부터 보고배우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시골에서 부모님 일을 도우며 3개월쯤 지났을 때 우리 부부는 전입신고 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귀농교육을 통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전입이며 귀농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귀농교육은 정말 유익했다. 이 교육을 통해 귀농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유의할 점과 지자체의 각종 사업이며 지원방법들을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다. 요즘은 아주 가끔 부족한 실력이지만 귀농을 결심한 분들이 견학을 오면 그간에 있었던 힘들었던 일들이나 농사일을 해오면서 소소한 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처음엔 아버지 농사를 돕는 것에 불과했지만 조금씩 배우면서 자신감도 붙고 내 농사를 지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적당한 땅이 매물로 나와 귀농지원 사업 중 하나인 귀농창업자금으로 땅도 구입하고 적당한 온실도 구입했다. 아무런 자본금이 없었지만 낮은 이율과 장기 대출 시스템으로 어렵지 않게 농업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귀농 후 5년 만에 아버지와 협력농업을 이어가며 별도로 독립농업에 성공했다.

독립농업으로 첫 도전은 대추방울토마토였는데 영농기술도 부족하고 병해충을 미리 잡지 못해 조금 손해를 보고 말았다. 올 봄 두 번째 농사를 지었다. 이번엔 열매도 좋고 병해충도 거의 다잡아 작황이 좋았다. 하지만 시장가격이 너무 좋지 않아 겨우 적자는 면하는 수준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할 일 없으면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어야지” 이것도 옛말이다. 요즘은 끝없는 시장분석과 선진 농가의 견학,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농사도 지을 수 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와 손길을 듣고 느끼며 성장한다”고 그만큼 농작물을 돌아보고 만져보고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요즘 시골도 많이 변화했다. 6차 산업, IT농업 등 농업이 날로 진화한다. 이런 농촌에서 살아남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면 깨어 있는 생각과 남다른 눈으로 농업을 대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진화하지 못하는 농부는 결국 뒤쳐지고 만다.

귀농을 해서 부모님을 돕는 것이 처음 생각이었다. 시골로 돌아와 아직까지는 순탄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귀농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요즘엔 새로운 꿈도 생겼다. 단순이 아버지를 돕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아이가 믿고 먹으며 내 아이가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체험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다양한 경험도 쌓아야 할 것이다. 분명 그 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내 생각을 알아주는 아내와 든든한 지원군 아버지 그리고 각종 정보와 사업을 지원해주는 하동군농업기술센터가 있어 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한때는 도시가 좋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고향이 그리웠었다. 젊은 나이에 시골에 돌아와 내 부모님이 그러했듯 나도 농업을 이어갈 것이다. 농부로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내가 키운 농산물이 “맛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기위해 오늘도 난 농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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