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믿을 곳이 없다
진주성-믿을 곳이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7.19 18: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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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믿을 곳이 없다


사회전반이 총체적 불신시대를 불러오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의 3부는 물론이고 재계와 학계와 노동계까지 믿을 곳이 없다. 원칙이 모호해지고 기준이 불분명하다. 두루뭉술한 생활의 철학이 구분을 침식하여 정의가 실리를 통제하지 못하고 이상이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탄핵정국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감춰졌던 실체가 들어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앞장서서 설쳐대던 관계부처의 고위직이나 학술적 논리라며 앞 다투어 극찬하며 힘주어 강론하던 어용학자들하며, 내 탓은 아니라며 낯짝 두껍게 뻔뻔스러운 이도 있지만 때 되면 잊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습성을 훤하게 꿰뚫고 어쨌거나 종신직으로 붙어있어 보자며 엄폐 은폐에 이골이 난 숙달된 조교처럼 납작 엎치고 숨죽이고 있는 철면피 같은 국회의원들 하며, 뒤늦게 서훈 취소를 한다지만 훈포장의 공적서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퇴직자 재취업제한에도 눈감고 있는 공정거래위조차 믿을 수가 없고, 채용비리로 코끼리도 바늘구멍을 들어가는데 꾸어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입도 한 번 빵긋 못하는 고위공직자들 하며, 갖출 것 다 갖추고 누릴 것 다 누리며 갑질을 천부의 권한으로 알고 있는 재벌들이나 걸핏하면 거리로 몰려나와 피켓 들고 길을 막는 이익집단의 주장도 작당질인지 권리주장인지 믿을 수가 없고, 공기업이 빚지는 이유도 모를 일이지만 이름도 모르는 공기업이나 센터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깜깜이 소굴이라 그러려니 해봐도 믿을 수는 없고, 대출금리 부정을 실수라고 변명하는 금융계는 더 받는 실수는 생기고 덜 받는 실수는 왜 안 생기는지 믿을 수가 없고, 숨 가쁘게 광고해대는 보험약관도 애매하고 모호하여 못 믿기는 마찬가지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가 아무리 법률적 용어라고 해도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하는 병역의자는 비양심적 병역의무자가 되는 꼴인데 외국의 경우만 따르는 것이 능사인지 양심이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고, 입바른 소리 내지르고 다짜고짜 대들어도 편 한번 들어주지 않으며 잘되면 나도 좋고 잘 못 되도 나는 본전이라며 입 다물고 지켜만 보는 방관자들도 더는 믿을 수 없고, 알바나 비정규직의 실상조차 파악 못하며 복지사회라고 떠드는 소리는 믿기지도 않으며, 민원인은 제풀에 꺾인다며 눈썹 하나 까딱 않는 담당직원이나 창구직원들은 이미 우월주의에 빠져 갑질하고 앉았으니 소비자가 왕이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도 믿을 수가 없고, 재판거래의혹이 아니길 바라는 양심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 파문까지 일고 있으니 뭘 믿고 사느냐가 앞으로의 걱정이다. 당신이 있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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